<픽사의 시스템은 무엇이 다를까> 1. 콘텐츠 비즈니스가 어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그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흥행의 불확실성'일 겁니다. 2.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많은 돈과 오랜 시간을 들여도, 그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호응 받을 수 있을지는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까요. 3. 그래서 이 흥행의 불확실성이 많은 창작자들을 괴롭히고, 이 불확실성 때문에 비즈니스를 붙이기도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4. 그런 측면에서 보면, 픽사는 정말 놀라운 회사인데요. 사람마다 흥행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 어떤 콘텐츠 회사들보다 픽사의 성공 타율이 높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5. 그렇다면 어떻게 픽사는 이런 놀라운 성과를 계속 기록할 수 있었을까요? 픽사는 기존 회사들과 어떤 측면이 다른 걸까요? 6.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물리학 전공자이자 공학도인 에드 캣멀의 특징이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 있습니다. 7.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에드 캣멀은 기존의 창작 시스템이 아니라, 도요타의 자동차 제작 시스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를 구축했는데요. 8. 그렇게 픽사는 도요타처럼, '품질'을 최우선으로 내세웁니다.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전략은 심플한데요. "퀄리티가 최고의 비즈니스 계획이다"는 겁니다. 9. 그리고 이 퀄리티를 높이는 프로세스를 정립하는데요. 가장 먼저, 픽사의 모든 콘텐츠는 감독 1명의 열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감독들은 관객의 감정을 세심하게 건드리는 스토리텔링을 하되, 기존 다르게 늘 새로운 감정을 건드려야 하고, 늘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해야 하죠. 10. 그렇게 감독이 스스로 열정을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그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합니다. 그리곤 그 팀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워크숍을 보내서, 좀 더 감독의 열정을 세밀하게 검토하게 만들죠. 11. 그렇게 초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요. 이때 픽사는 보통 3개의 초기 아이디어를 만들도록 요구합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출발하면 막히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인데요. 3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하면 한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기존에 만들었던 다른 아이디어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2. 그렇게 3개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면, 팀은 다른 팀과 경영진 앞에서 이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3개의 아이디어 중 팀이 가장 애정을 느끼는 아이디어를 선택해 그걸 더 발전시키게 하는데요. 13. 그리고 이 과정에서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아이디어의 첫 번째 버전은 정말 형편 없다는 점을 인지시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고치고 수정해나가는 용기와 끈기를 팀이 가지도록 당부하죠. 14. 결국 콘텐츠 제작이란, 초기에 떠오른 아이디어 혹은 영감을, 관객들이 보기에도 훌륭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고치고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이죠. 15.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자신감 넘쳤던 구성원들이 여러 문제를 만나서 분위기가 침체되고 좌절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요. 아니, 픽사에서는 거의 모든 영화에서 발생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16. 그리고 픽사는 이 과정을 회피하거나 대충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지양하는데요. 영화는 한 번 공개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이 고통의 과정을 무시하고 넘어가면 개봉 이후에 더 큰 문제를 봉착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17. 그래서 픽사는, 제작 과정에서 창작 팀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단계를 설정해 팀을 위기에서 돕는 절차를 만들었는데요. 18. 이렇게 위기에 처한 팀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픽사 조직 문화의 상징처럼 불리는 '브레인 트러스트'도 탄생했다고 합니다. 19. 쉽게 말해,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감독이 혼자서 고민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회사의 브레인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죠. 20. 그리고 브레인 트러스트에서 회사의 브레인들은 날카로운 비판이 아니라, 감독을 위기에서 구조하기 위한 여러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감독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선택하도록 만듭니다. 21. 그리고 많은 픽사의 감독들은 이 브레인 트러스트가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브레인 트러스트 등 창작팀이 처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곧 픽사의 조직 문화인 셈이죠. 22. 어쩌면 픽사와 다른 회사의 차이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콘텐츠 회사들은 콘텐츠가 성공하는 과정을 프로세스로 만들려고 합니다. 좋은 기획, 좋은 제작 시스템, 좋은 유통 구조 등등 말이죠. 23. 하지만 아무리 이쁘고 멋있게 구조를 짜도 그 사이에는 빈틈과 어려움이 항상 존재합니다. 픽사의 차이점은, 콘텐츠 제작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실패 요소를 파악하고, 구성원들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24. 다시 말해, 픽사는 성공 프로세스를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창작 프로세스의 전반에 실패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실패를 경험했을 때의 구성원들이 느낄 불안을 상쇄함과 동시에, 위기별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미리 짜두거나 그때그때 만들어낸 것이죠. 25. 어쩌면 픽사의 타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홈런을 많이 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헛스윙을 줄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관련해서 노안주님께서 번역한 자료를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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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6일 오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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